틀에 박힌 방식이나 습관에 익숙해져 그것을 반복할 때 쓰는 매너리즘(Mannerism)이라는 용어는, 1520년경부터 1600년 사이에 유럽을 풍미한 서양미술의 한 양식인 매너리즘 미술에서 유래했습니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한 이 명칭은, 이 시기의 미술이 기존의 방식과 형식을 답습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매너리즘 미술의 배경
매너리즘 미술의 배경을 살펴보면, 당시는 르네상스 미술의 전성기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거장들의 역할로 인해 인체 묘사와 원근법, 공간의 구성 등에서 거의 완벽한 경지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매너리즘 미술가들은 거장들의 예술작품을 모델로 삼아 거장들의 방식을 모범으로 삼고 습득하고 흡수하면서 또한, 그들만의 방식으로 변형하였습니다. 르네상스의 전통은 따르면서 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표현을 추구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거장들이 이루어 놓았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시작이었습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정치, 경제, 종교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던 당시 유럽의 시대적 상황이었습니다. 탐색항해를 통한 지리상의 발견,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등 유럽의 불안정한 상황은 예술가들에게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이러한 요인들을 배경으로 조화와 균형보다 예술가의 주관적 표현이 강조되는 과장과 왜곡, 일탈과 변형을 특징으로 하는 매너리즘 미술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너리즘 미술의 특징
매너리즘 미술의 특징은 첫 번째, 과장된 표현과 왜곡된 형태입니다. 매너리즘 미술은 과장된 우아함과 장식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현실적인 비율과 구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표현합니다. 매너리스트(mannerist)라 불리는 매너리즘 미술가들은 왜곡되고 늘어진 형상, 불명료한 구도, 기괴한 효과 등을 사용하여 관람자에게 열광적 감정, 긴장, 불안의 감각을 줍니다. 다음 특징으로는, 복잡한 구성과 섬세한 장식입니다.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복잡한 요소들이 조화롭고 섬세하게 배치됩니다. 이러한 섬세한 장식은 신기한 형상이나 심벌, 상징 등을 포함하고 있어서 작품해석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매너리즘 미술의 다음 특징으로는, 고요한 정적인 표현보다 활기찬 동적인 표현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매너리즘 미술작품에는 기울어진 구도, 비대칭적인 배치, 화려한 움직임 등이 자주 나타나고 그로 인해 작품은 생동감과 활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매너리스트들은 완벽한 조화와 균형의 방식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그것을 깨뜨리는 방법을 시도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들로 르네상스 이후의 미술에서 매너리즘 미술이 서양미술의 한 경향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매너리즘 미술의 대표 화가
매너리즘 미술의 대표 화가는 자코포 다 폰토르모(Jacopo da Pontormo, 이탈리아, 1494~1557), 아그놀로 브론치노(Agnolo Bronzino, 이탈리아, 1503~1572), 엘 그레코(El Greco, 스페인, 1541~1614) 등을 들 수 있습니다. 16세기 가장 독창적인 이탈리아 화가 중 한 명인 폰토르모는 매너리즘 양식을 대표하는 표본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형상들을 길게 늘이고, 원근법을 왜곡했으며, 복잡한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성인들과 함께 있는 성모와 아기 예수>, <비탄> 등이 있습니다. 브론치노는 매끄러운 피부의 묘사가 뛰어났고 인체를 자신이 독창적으로 연구한 특이한 포즈로 연출하여 그렸습니다. 르네상스 예술의 최고 후원자였던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아 초상화, 종교화, 누드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전형적인 매너리즘 미술의 특성을 담고 있는 <비너스와 큐피드가 있는 알레고리>가 있습니다. 엘 그레코는 벨라스케스, 고야와 함께 스페인의 3대 화가로 꼽힙니다. 그는 대담한 색과 형상, 형태를 길게 늘여 왜곡시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표현했고 이성적이 아닌 감성적인 그림을 추구했습니다. 르네상스 후반기에 가장 특이한 개성을 가진 화가였던 엘 그레코의 작품들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외면당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 <수태고지>, <톨레로 풍경> 등이 있습니다.
맺음말
르네상스 시대의 전형적인 것에 반하여, 조화와 균형보다는 예술가의 주관적 표현이 강조되었던 매너리즘 미술은 고전적인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이 있었기에 미술은 단순한 현실의 표현을 넘어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적 표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